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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각

경희대 패륜녀로 본 가식적인 사회

by 슈슈뱀 2010. 5. 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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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 몇일 경희대 패륜녀 사건으로 인터넷이 들썩거린다. 사건의 개요는 한 여대생이 교내 청소 아줌마와 신경전을 벌이던 중 욕설이 오가면서 발생한 사건이다.

사실 이 자체만 봐서는 특별히 발끈할 만한게 없어 보인다. 그런데 왜 사람들이 이토록 분노하는 것 일까?

동방예의지국


한국은 예로부터 어른에 대한 공경심을 중시하는 사회다. 어른이 잘못을 해도 아랫사람이 참아야하며 마음 한 편으로 불만스러운 감정도 어른 앞에서 표현하면 안되고 대들어서도 안된다. 만약 어느 누군가 이런 예의범절을 어긴다면 그 사람에 대한 비난보다 그 사람의 부모에 대한 비난이 먼저 가해지며 두고두고 곤란한 처지에 놓이게 된다.

경희대 패륜녀


인터넷에 누군가 비겁하게 숨어 녹취한 내용을 들어봤다. 전반적인 분위기는 여대생과 아주머니 사이에 사소한 오해로 시작되었고 여대생이 아줌마에게 하대를 하였다. 이게 꾀심해진 아줌마가 여대생에게 사과를 요구하는 과정에 상당히 시니컬한 상황으로 발전하며 욕설이 오가는 상황이 온 것이다.

앞에서 말한 동방예의지국 한국에서 패륜이라는 말을 들을 법한 우를 범한 것이다.

우리 주변을 둘러보자...


90년대 이전 출생자들은 아직까지는 어른을 무서워하는 경향이 뚜렷하다. 하지만 90년대 이후 출생자들은 그렇지 않다. 동네 앞 놀이터에 가본 적있는가? 그 곳에가면 유치원생부터 어른들까지 남녀노소 할 것없이 다양한 연령층들이 나와서 쉬거나 놀고 있다. 그 속에서 자세히 관찰해보면 심심찮게 들을 수 있는 말이 있다.

아이 씨발~, 존나, 개새꺄, 존나 열받네... 등등

이 글을 보고 있는 사람들도 곰곰히 생각해 보길 바란다. 욕은 이미 일상적인 대화의 한 수단이 되어버렸고 한 공간에 어떤 사람들이 있는지 중요치 않다. 단지 내 감정을 그대로 드러내기 바쁠 뿐이다.

우리의 가정은...

풍족한 시기를 보낸 요즘 1-20대들은 부모들과 격이 없이 지내는 모습을 볼 수있다. 반말은 기본이고 필요한 것에 대해 부탁이 아닌 요구를 한다. 그리고 버젓이 대들기 바쁘고 욕도한다. 예를 들어 자녀가 부모에게 용돈을 달라고 할 경우

자녀 : 돈죠..
부모 : 지난번에 준 돈은 어떻게 하고 또 돈을 달라고 하니..
자녀 : 아이 씨~ 다 썼어 빨리 죠..
부모 : 안돼.
자녀 : 아이 씨~ 알았어 안쓰면되지 존나 짜증나...

대화의 단순화로 약간의 과장이 있지만 흔하게 볼 수있는 광경이라고 생각된다.

현대의 젊은 사람이 바라보는 어른이란?


개개인의 판단과 사물을 보는 시각은 경험에 의해 축적된 결과물이다. 다양한 사고의 스펙트럼 속에서 공통점이 발견되곤하는데 그 중에 한국 사회의 무한 어른 공경이라는 압박감이 주는 심리적 고립감으로 인한 반발감이 그 중에 하나이다. 흔히 말하는 이유없는 반항 말이다.

젊은 사람들은 이렇게 생각한다.

나이 먹은게 대수냐 어른 대접 받으려면 어른 답게 행동해라.
노약자석은 없에야한다 늙었다고 상대를 배려하지 않고 무조건적으로 편의를 보려한다.
나이 어리다고 무조건 깔본다.
어른하고 싸워봐야 이로울께없다.

이런 생각들은 인터넷이라는 공간에서 더욱 노골적이다. 경우 없는 노인의 모습을 인터넷에 올리거나 임산부와 노인의 신경전을 놓고 난도질을 한다.
학연, 혈연, 지연, 나이 한국 구석구석 자리 잡은 기득권들의 논리 속에 젊은이 들이 얼마나 지치고 괴로워하는지 단편적으로 보여주는 것이라 보여진다.

정리...


여러가지 얘기를 많이 했다. 이번 패륜녀 사건은 단순한 해프닝이다. 어른한테 욕을 하는게 해프닝이냐? 너희 부모가 그런 대접 받았다면 그런 말 하겠냐? 라는 잡스런 말은 정중히 거절한다.
이미 사회는 예의란 없어졌다. 지금 그 패륜녀를 욕하는 네티즌 들 중에는 다른 한 곳에선 노인에 대해 경멸하고 욕하고 있을 것이며 현실에서도 직접적인 대상이 아니지만 버젓이 그들 앞에서 욕을 일삼고 있다. 그리고 자신의 부모 앞에서도 과연 누가 패륜이고 누가 효자인지 생각해보자.

어른들의 역할이 사라져버린 사회. 동방예의지국은 노인이 만들어 놓은 사회가 아니라 젊은이들이 만들어 놓은 사회였을지 모른다.

젊은 사람들도 언제가는 늙을 것이고 지금의 비난 받는 노인이 될 수도있고 존경 받는 어른이 될 수 도있다. 하지만 지금 중요한 것은 동방예의지국이라는 개뼈다귀 같은 논리를 머리 속에 지워 버리기 바란다. 스스로가 옳바른 판단과 상대에 대한 배려심이 있다면 상대방은 자연스럽게 존경하게되고 예우해주게 된다. 그런 것들이 단지 나이만 먹는다고 무조건 적으로 얻어지는 것이 아니다. 삶의 흔적이 자신의 행동으로 자연스럽게 베어나오고 그 모습으로 상대방은 평가 할 뿐 가식적인 존경을 바라지 말기 바란다. 그렇게 한다면 다시 한국에는 동방예의지국이라는 말이 자리 잡게 될 것이다.

벼는 익을 수록 고개를 숙인다고 하지 않던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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