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생각

이게 뭐니

by 슈슈뱀 2010. 5. 13.
반응형


머리털이 십만개는 빠져야 책을 한번 살까 말까하는 슈뱀이.

큰 마음 먹고 좋아24에서 책을 한권 주문했다.


슈뱀이가 주문한 책

책 제목보고 슈뱀이가 무슨 일 하는지 궁금 할 거다. (아님말고 ㅡ.ㅡ;)
특별한 이유 없이 그냥 땡겨서 산 책이다. 음음..

12일 오후에 주문을 하고 오늘 출근을 하니 휴대폰이 울려온다.

누가 이른 시간에 전화를 할까? 하며 전화를 받았더니 택밴데요~~~ 라며 우렁찬 목소리가 들려왔다.
아~ 주문한 책이 왔구나 하는 생각에 어서 오세요~ 하며 전화를 끊었다.

그리고 5분 뒤 씩씩한 택배 아저씨 나에게 물건을 건내고는 총총 눈 앞에서 사라져 버렸다.


택밴데요 하고 말했다. 택밴데요 하고 말했다.

너무 오랫만에 산 책이라 포장을 지긋이 보며 쿵쾅 거리는 심장을 진정 시키며 보장을 뜯었다.

허걱~~~!!! @.@

그런데 내가 기다리던 책이 아닌 누런색의 정말 잠 올 것 같은 우리말문법론이라는 책이 불쑥 튀어 나오는 것이 아닌가.


나의 로망은 이렇게 끝났다.

택배 송장에도 받는 사람, 보내는 고객 모두 슈뱀이 이름... 직감적으로 아~ 책이 잘못 왔구나하며 이런 제길슨을 외치며 나빠24로 전화 걸었다.

씩씩거리며 전화를 걸었는데 상냥한 상담원의 목소리가 전화기를 타고 전해오자 나 슈뱀이는 원래 매너남이야~ 라며 목소리를 최대한 부드럽게 바꾸어서 물었다.

슈뱀 : (웬지 모를 죄송한 마음으로) 저기 책이 잘못 온 것 같은데요?
상담원 : (상담원이 이른 시간이라 조금 잠이 덜 깬듯 맹한 목소리로) 네... 확인해 볼께요..
슈뱀 : (평소 답지 않게 공손하게) 네...

잠시 후

상담원 : 주문하신 책이 다른거라구요?
슈뱀 : 네.
상담원 : 주문번호 불러 주실래요?
슈뱀 : 네. 주문번호는 땡땡땡 입니다.
상담원 : 네.... 음... 그 물건은 고객님께 맞네요.
슈뱀 : 네????
상담원 : 주문번호는 고객님이 맞고 책이 바뀐거 같아요.
슈뱀 : 그렇죠. 그럼 제껀 어떻게 된거죠?
상담원 : (별 문제 아니라는 듯) 다른 분께 갔을 거예요.
슈뱀 : (태연한 상담원의 목소리에 덩달아 태연하게) 네... 그럼 어떻게....?
상담원 : 다시 보내 드릴께요. 불편드려 죄송합니다.
슈뱀 : (웬지 모를 기쁨과 감사의 마음이 들며) 감사합니다.
상담원 : 받으신 책은 재포장 해주시고 내일 택배 기사님 방문 하시면 교환해주세요.
슈뱀 : (거듭 감사의 마음을 가지며) 네 알겠습니다.

이렇게 상냥한 목소리의 상담원과 통화를 끝냈다.

목소리와 외모는 반비례다 라는 속설 또는 진리가 있지만 나쁜24가 순식간에 좋아24로 바뀌게 만드는 그들의 전략은 아주 높게 평가하는 바이다.

어쨌든 잘못 온 책은 고이 포장을 하고 상담원에게 보은(?)하고자 고이 모셔 놓고 내일이 오기를 기다리고 있다.

설마~ 내일도 저에게 님의 상냥한 목소리를 다시 듣게 해 주시는 건 아니겠죠~~~~?

반응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