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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각

선거 기간 개인 정보가 거래되는 것일까?

by 슈슈뱀 2010. 5. 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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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2일 동시지방선거가 얼마 안남았다. 20일부터 본격적인 홍보와 유세 활동이 시작되어 전국 곳곳이 확성기를 통해 후보자 연설과 홍보가 흘러나오고 있다.

 

리고 전에 없던 휴대폰 홍보 문자와 후보 홍보 전화가 걸려오고 있다.

처음에는 스팸식으로 수신거부가 가능한 문자가 왔을 때는 크게 의식하지 않고 넘겼다. 그러다 몇몇 후보자에게 문자를 받다가 문득 드는 생각이 내 휴대폰 번호는 어떻게 알았을까? 하는 의구심이 들었다.

그러던 중 한 후보의 선거 사무실에서 홍보 전화가 왔다. 그래서 내 휴대폰 번호는 어떻게 알고 전화를 했느냐고 물었다. 그랬더니 전화 건 아줌마가 약간 당황한 듯이 우물쭈물하더니 주변에 잘 아시는 분이 연락처를 알려 주신 것 같다 라고 말을 하는 것이다. 그래서 아니 내 나이가 30대 초반인데 무슨 잘 아는 사람이 알려주느냐 했더니 약간 당황한 듯 그냥 죄송합니다. ... 라고 대답만 할 뿐이다.

자꾸 얼버무리는 게 이상해 어디서 알게 됐는지 출처가 궁금하다고 하니 계속해서 아는 사람이... 라며 같은 말만 하고 있다. 그래서 나는 이 지역에 이사 온지 이제 1년 된 사람인데 연고도 없는 사람이 무슨 잘 아는 사람이 있을 수 있느냐 그게 말이 되느냐고 했더니 또 다시 죄송합니다 라 고만 할 뿐 어떻게 자료를 얻게 됐는지 설명하지 못하고 있었다. 그래서 내가 이 부분에 대해서 관련 기관에 한번 알아보겠다 라고 말하고는 전화를 끊었다.


의문점

나는 타 지역에 살다 현재 거주지역으로 이사 온 지 1년이 조금 넘었다. 그렇기 때문에 학연, 지연 이런 거 전혀 없는 상태다. 그런데 내 휴대폰 번호를 이용해 선거 홍보를 하고 있는데 여기서 드는 궁금증은

1. 어떻게 휴대폰 번호를 알았는가?

2. 무작위 번호 수집이나 생성기를 사용한 홍보라면 전국에서 홍보 문자가 와야 되지 않는가?

3. 해당 후보는 어떻게 내가 자신의 지역구 유권자라는 사실을 알고 타겟 홍보를 하는 것일까?

이런 3가지 의문이 생긴다. 과연 일반인이 어느 시 어느 동 아무개의 휴대폰 번호를 필터링해서 알 수 있는 방법이 있는 것일까?

 

선거관리위원회

 

 

3가지 의문을 해결하고자 우선 선거관리 기관인 해당 도선거관리위원회에 전화를 했다. 상담원에게 상황을 설명하고 위법성에 대해 문의 하니 상담원 답변은...

"선거 기간 동안 문자와 전화로 홍보하는 것은 합법입니다. 하지만 어떤 식으로 전화번호를 수집했는지 그 방법과 위법성에 대해 판단할 권한은 없습니다. 문의하신 개인정보와 관련된 사항은 방송통신위원회에 문의하시면 될 것 같습니다."

라고 답변했다. 그래서 이 문제가 선거와 관련이 있는 문제인데 방송통신위원회에 문의를 해야하는 것이냐 아니 선거 기간 중 금품 제공 같은 일도 단속하면서 왜 이 문제는 방통위에 물어야 하는 것 이냐하고 물으니 대답은 한결같이 조사나 단속에 대한 권한이 없다는 말 뿐이다.

더 이상 원하는 대답을 듣기 힘들 것 같아 안내 받은 대로 방송통신위원회에 전화를 했다.


방송통신위원회

 

방송통신위원회에 전화를 했다. 상담원이 받았는데 거의 침묵으로 일관하며 내 말만 듣고있다. 너무 조용해 조금 성의가 없는 느낌을 받았다. 선관위에서 문의했던 내용과 선관위에서 방통위로 전화해서 문의해라해서 전화했다고 했더니 딱 잘라 한마디 한다.

"그 문제는 인터넷진흥원에 하셔야 합니다."

어이가 없어서 아니 선관위에서는 여기다 하라는데 인터넷진흥원에 물어야 하는 것이냐 했더니 그 쪽에서 스팸과 개인정보유출에 대한 부분을 담당하니 그 쪽에 물어보라고 한다. 상담원 태도를 봐서는 또 허탕일 것 같지만 마지막 희망이라 생각하고 인터넷진흥원으로 전화를 했다.


한국인터넷진흥원

 

또다시 이차저차 선관위, 방통위에서 말한 내용과 안내받아 전화 했다고 말하니 담당자 잠시 침묵을 가지고는 이렇게 말한다.

"죄송하지만 그 문제는 저희가 어떻게 해 드릴 수 없습니다. 저희가 하는 일은 분쟁 당사자 간에 화해와 조정 등을 하는 곳이지 수사나 처벌을 하는 권한이나 그런 일은 하지 않습니다."

짜증이 머리 끝 까지 솟아오르는 걸 억누르고 권한도 없고 상담할 능력이 안되는 기관을 선관위나 방통위는 왜 안내하는 것이냐 책임 떠넘기기하는 것인가라고 묻자 상담원은 약간 생각하다가 이런 답변을 했다.

"솔직히 말씀드리면 이 부분에 관해서 알고 싶으시다면 딱 한군데 경찰 외에는 어느 기관도 답변을 드릴 수 없습니다. 저희가 하지 않는 업무임에도 다른 기관에서 저희들에게 책임을 넘기는 것은 문제가 있는 것이고 사실 저희 본연의 업무만 잘하면 되는 것이지 그 외의 문제까지 신경 쓸 이유는 없습니다. 다른 기관에서 상대 기관의 업무를 제대로 알 수 없을 뿐더러 해결 가능하다는 듯이 안내하는 것은 잘못된 것입니다."

비난의 화살을 자신들에게 돌린 게 기분이 상한 듯 앞선 기관들의 행태에 못마땅함을 표하고는 경찰에 조사를 의뢰하는 수밖에 없다는 답변으로 우리의 통화는 끝이 났다.

 
마무리....

3곳을 통화하면서 내가 원하는 답을 아무도 해주지 않았다. 어느 기관에서도 권한이 없으니 모르겠다는 답 뿐이다.

사실 휴대폰번호쯤이야 하는 생각도 처음에 들었다. 옥션, 네이버, 넥슨 등에서 개인정보를 유출당한 전력이 있어서 휴대폰번호는 개인정보로 여기지도 않았던 게 사실이다. 하지만 이번 선거 기간 동안 받는 스팸과 전화를 보면 이건 상당히 심각한 문제가 있다고 판단된다.

무작위성 스팸이 아니라 타겟형이기 때문이다. 즉 해당 후보 측에서는 어떤 식으로든 내가 지역 유권자라는 걸 알고 홍보를 한 것이고 그 말은 수많은 통신사 번호 중에서 의도적인 필터링 수집을 했다는 말이다. 이런 식의 정보 수집은 단순히 생각했을 때 각 통신사 관련 직원이나 아파트 부녀회 또는 동사무소 직원 등을 통해서만 가능 한 일이라고 판단된다.

아무리 검색기로 이리 뒤지고 저리 뒤져도 이렇게 콕 집어서 수집한 다는 것은 불가능한 일 아닌가?

그렇다면 후보들은 자신을 알리기 위해 더욱 많은 유권자의 번호를 수집해야 하고 더불어 수집을 위해 대가성 금품이 오 갈 수도 있는 문제라고 보여진다. 그렇게 되면 결국 후보와 유권자 사이에서는 금품과 향응이 없는 깨끗한 선거가 될지 몰라도 유권자의 개인정보를 사고 파는 또 다른 위법을 저지르는 상황이 될 수도 있는 것이다. 그와 함께 경찰 수사 의뢰 외에는 수집 경위를 알 수 있는 방법이 없고 어느 기관에서도 이 부분에 대해 조사의 필요성이나 문제의식을 가지지 않고 있다는 것과 구제받을 방법 또한 없다는 것이다.

적어도 선거법에 전화를 통한 홍보를 허용했다면 선관위에서 적극적으로 나서 이 부분에 대한 부작용과 위법성을 단속해야 하는데 그 들조차 돈 문제 말고는 손을 놓고 있다는게 더 이해가 안가고 답답할 뿐이다.

아무리 IT강국이고 개인정보보호를 위해 최선의 노력을 다한다고 떠들어봤자 법을 만드는 사람들이 허점을 무관심으로 일관하고 더불어 번호쯤이야 하는 생각으로 넘어가는 국민 의식이 뿌리 깊게 자리 잡힌다면 개인정보유출로 인한 피해를 누구에게 보상받을 것이며 책임은 누구에게 지을 수 있을까?

이제 더 이상 개인의 노력만으로 자신의 정보를 지킬 수 있는 세상은 없다. 정부에서 이 문제에 대해 진지한 고민이 필요하고 강력한 대처가 필요하다. 국민들 또한 귀찮은 스팸 정도로 넘어가서는 안 될 것 이다.

넋 놓고 있으면 피해보는 것은 국민 개개인일 뿐이라는 것을 명심해야 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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