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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각

언론의 퀴즈왕 인물만들기

by 슈슈뱀 2010. 6. 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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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BS에서 제작하는 퀴즈대한민국이라는 프로그램에서 퀴즈왕이 탄생했다는 기사가 떴다. 우승자의 삶에 대한 얘기가 간략하게 언급되있는데 어려운 환경 속에서 나름데로 배우고자 하는 열의가 대단했던 것 같다. 그런데 나는 기사의 시선이 마음에 들지 않는다. 우승자가 드라마틱한 인생 역전이 이뤄진 것도 아니고 단지 상식을 겨루는 퀴즈 프로에서 우승한 소식을 학벌로 인해 피해를 보는 소위 말하는 가방끈 짧은 사람들의 한을 대변이라도 한다는 듯이 너무 지나치게 과장하고 있기 때문이다.

중졸 트럭운전수


기사에 의하면 우승자는 현재 트럭운전을 하고 있다고 한다. 가난한 환경에서 자라 동생 넷을 뒷바라지 하느라 자신은 학업을 포기했다고 하는데 개인 인물사로 본다면 참 힘든 시간이었을 것이다. 하지만 이 기사에서는 퀴즈프로 우승자 소식을 전하는게 아니라 중졸 트럭운전수를 강조하고있다. 그와 더불어 명문대 학생같은 쟁쟁한 출연자들과 겨뤄 우승했다며 그 의미를 크게 부각시키고 있다. 그런데 난 의문이 드는 것이 퀴즈프로그램이 과연 학문의 깊이를 논하는 곳인가 하는 것이다. 내가 생각하는 퀴즈프로그램은 단순히 상식을 다루는 것이지 특정 학문이나 사회현상에 대해 이렇고 저렇고 토론하는 곳이 아니다. 이런 곳에서는 아인슈타인 할아버지가 와도 동등한 위치에 있는 것이지 결코 출연진 학력이 중요한 문제가 되지 않는다.

그 이유는 일반적으로 정보의 분류와 접근의 기준은 자신이 속해 있는 집단과의 연관성 또는 연구하거나 배우는 것과 관련이 없으면 사실 뒷전으로 하기 마련이다. 이런 개인적인 정보 접근성의 차이 때문에 상식 문제에서는 학력이 큰 작용을 하지 않는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쉽게 말해 집에 전구 하나 못 바꾸는 박사와 전구 잘 바꾸는 중졸 식의 말도 안되는 비교 말이다.

물론 이런 주장에 반론을 펼치는 사람도 있다. 아무리 자신의 분야에만 몰두하더라도 다양한 지식과 정보를 취하는게 자신이 하고 있는 연구나 배움에 도움이 될 수있다고 말이다. 이 말에는 동의를 한다. 하지만 이 문제에서 그런식의 접근 방법은 틀린다고 본다. 언론의 시각은 퀴즈와 학문을 동일선상에 놓고 말하기 때문이다.


사회 문제를 밥벌이로 이용하는 언론


누구나 언론에서 사실에 대한 객관적인 보도를 하길 바란다. 하지만 그들은 대중의 시선을 끌기위해 자극적인 제목이나 소재를 찾기 바쁘다. 그래서 평범한 것을 과장하거나 어떤 인물을 영웅으로 만들기도 한다. 이번 퀴즈 우승자도 그 축에 속한다. 퀴즈 프로에서 출연하고 우승하는 것은 처음부터 조건이라는게 존재하지 않았다. 그 말은 참가 자격이라는게 별도로 정해진게 아니라 단지 예선에서 통과된 자에 한한다는 지극히 일반적인 룰을 따를 뿐이다. 이런 곳에서 쟁쟁한 학력자를 재치고 따위의 표현을 쓰면서 무슨 학력 중심 사회 속에 큰 사건이라도 되는 것 마냥 기사를 써내는건 옳지않다.

퀴즈프로그램 만큼 지식을 겨루는 것 중에 가장 공편한 프로그램이 또 있을까? 퀴즈프로그램에 참가하려면 소위 스펙이라는게 있어야 가능한 것인가? 절대 그렇지 않다. 애초부터 학문을 겨루는 것이 아니기 때문에 모두가 공평하다. 그런데 왜 언론은 우승자의 개인사를 들먹거리며 인물 만들기를 할까?

그 이유는 한가지라고 본다. 가십거리를 만들고 싶기 때문이다. 평범한 것에 과도한 의미를 부여하고 사회 구성원들이 가지고 있는 불만을 자극하기 위한 인물만들기 말이다. 이런식의 전략은 자사의 판매 부수 증대나 해당 프로그램 시청률 상승에 직간접적으로 도움이 되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런 식의 기사로 인해 사회에는 역으로 학벌에 대한 갈등이 깊어가고 사회 문제를 더 가속화 시키는 부작용이 있다. 언론은 이런 식의 게임을 즐기면서 끊임없이 문제 아닌 문제를 만들어가는 것이다. 그래야만 자신들의 밥그릇을 보존 할 수 있을테니 말이다.


학벌 사회가 싫다면 이런 기사에 환호하지 말라


이 기사를 볼 수록 재미있는 것은 겉으로는 학벌 주의에 대한 일침을 가하는 좋은 사례 소개 같지만 속으로는 "어~ 중졸이 스펙좋은 애들 상대로 우승을 해 신기하네"라는 시각으로 바라 보고있다는 것이다. 결국 대단한 사람이 아니라 신기한 사람으로 보고 있다는 것이다. 그 말은 그들이 더 적극적으로 학벌을 이용하고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이 프로그램이 제작된지 오랜 시간이 흘렀다. 그동안 여러 우승자도 배출이 되었다 그런데 유독 이 우승자가 크게 보도되는 이유는 무엇일까? 언론은 절대로 사회 안녕을 바라지 않는다. 한편에선 정의를 한편에선 부정을 부추기는게 언론이다. 세상에 평화만 존재한다면 그들은 더이상 존재 가치가 없기 때문에 무슨 수를 써서라도 이슈를 만들어낸다. 결국 이 기사는 의도대로 사람들의 관심을 받는데 성공했고 또 다시 학벌에 대한 열띤 토론이 벌어지고 있다. 결국 스펙 좋은 이나 그렇지 않은 이나 현실에서 사람을 대할때 학벌을 따지지 않지만 이런 언론의 놀음 속에 자연스럽게 따지는 풍토가 자리 잡게 되는 것이다. 이것을 자각하지 못하고 뜨거운 반응을 일으킬 때 마다 언론은 더욱 신나하고 아닌것이 사실이 되버리는 구조가 되버린다.
사람은 공부도 중요하지만 인간이 먼저 되야하고 스펙이 아니라 재능을 봐야 한다고 했다. 모두가 공감하는 말이고 진리처럼 생각되기도 한다. 그렇다면 그 말에 따라 생각하고 행동하기 바란다. 언론의 농간에 의미없는 것을 의미있게 만드는 과오를 범하지 말길 바란다.


"퀴즈영웅 등극으로 저학력 출신에 대한 사회적 편견을 조금이나마 허물 수 있으면 한다"

퀴즈 우승자의 소감이다. 그저 퀴즈 우승자일 뿐이다. 기뻐하면 그만인 것을 저 사람에게 스스로 큰 의미를 부여하며 어떤 계층을 대변해야 한다는 의식을 심어준 자들은 과연 누구일까? 소감에서 느껴지는 한이 서글프게 느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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