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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각

로드넘버원. 100% 사전 제작으로 졸작을 만들다.

by 슈슈뱀 2010. 6. 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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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정부의 대북강경대응에 따라 KBS와 MBC에서는 현 정권 낙하산 스파이들이 방송을 장악해서 시대 착오적인 반공 드라마를 제작하고있다. 과거 6월이 되면 특집극이라 하여 직접적인 전쟁 묘사보다는 이산가족이나 전쟁 전후 세대간의 갈등을 소재로 삼았는데 지금의 두 드라마는 전쟁의 정당성을 선전하려는 느낌을 지울 수가없다. 과거 독일의 괴벨스가 했던 만행과 너무 유사한 형국이다. 일단 이번에는 드라마 자체의 문제점을 논하려 하니 정치 얘기는 뒤로 미루겠다.

100% 사전 제작 드라마

드라마 보는 순간까지도 이 드라마가 100% 사전제작 드라마인지 그리고 16부작 미니시리즈라고는 생각도 못했다. 단지 6.25가 다가오니 여느때처럼 특집극이겠지라고 생각을 했다. 하지만 예상과는 달리 100% 사전제작을 완료했다고 한다. 그런데 드라마 수준이 이정도라니 제작과정에 횡령사건이라도 있었던게 아닌가하는 의심이 들 정도로 실망스럽다. 물론 1회만보고 전체적인 완성도를 말 할 수 없지만 하나를 보면 열을 안다고했다.
졸작을 향해 달려가고 있는 모습을...


라이언일병을 구하다


위 사진들을 보면 무슨 생각이 드는가?
왼쪽 열은 로드넘버원의 오프닝이고 오른쪽 열은 라이언일병구하기 오프닝이다.
극의 모든 메세지가 함축되어있는 오프닝 신이 노골적으로 카피되어 만들어졌다. 그 뿐만 아니라 오프닝 다음 씬은 역시 마찬가지로 똑같이 전장으로 넘어간다. 이것을 오마주라고 말한다면 한마디 하고 싶다.

"동네 개가 웃을 일이다."

어떤 영상 작품이든 오프닝 씬은 그 작품이 나아갈 방향을 알려주고 작품의 색깔을 분명하게 해주는 역할을 한다. 하지만 창작욕이라는 것이 있었는지 혹은 드라마 제작 자체가 MBC 내부적으로 합의 된 내용인지 조차 의문이 들 정도로 성의가 없는 것이 아니라 의지 자체가 없어 보인다. 이 장면만으로 이 드라마는 충분히 졸작의 반열에 들어 섰다고 봐도 무방할 것 같다.


진부하고 짜집기 된 스토리


이 드라마는 전쟁이라는 소재 안에 멜로가 자리잡고있는 전형적인 한국 드라마의 특성을 가지고 있다. 개인적으로 전쟁을 소재로 했다면 BOB나 퍼시픽처럼 전쟁 자체에 충실 했으면 좋겠지만 한국인 특성이 멜로가 없으면 안 볼 것이라는 편협한 시각에 사로 잡혔는지, 또는 내전이라는 특성에 맞게 동족간의 비극을 극대화하려는 장치로 이런 인간 관계를 설정 한 것인지 모르겠지만 그 풀어가는 방식이 너무 억지스러워 손발이 오그라들 지경이다.

기본적으로 소지섭과 김하늘은 양반과 머슴이라는 신분차가 존재한다. 이런 둘 사이의 사랑을 연결하고자 쌍팔년도에나 써먹을 법한 에피소드들을 만드는데 그 장면들을 보면서 생각나는 작품은 영화 '타이타닉'과 황순원의 '소나기'였다.


타이타닉을 연상한 것은 단순히 여주인공을 그린다는 것만으로 생각한 것이 아니다. 영화 타이타닉에서 신분 차가 극명한 두인물의 연결고리로 사용된 것이 그림이었는데 넘버원에서도 그림이 둘 사이를 급속도로 가까워지게 되는 장치로 동일하게 사용되었기 때문이다. 그리고 전쟁으로 빨리 넘어가기 위해 스토리 생략 과정을 거치면서 아역에서 성인으로 순식간에 넘어가버리게 된다. 이런 생략으로 인해 둘 사이의 러브라인이 부실해지니 자세를 잡아 주려는 듯 비가 오는 날 철없는 아이들 처럼 신나하며 '사랑해'라는 실소를 자아내는 대사를 마구 쏟아 낸다. 그러다 예정된 수순대로 초가집인지 물레방아간인지 알 수없는 곳에서 몸을 말리며 자신들의 마음을 확실하게 확인하게 된다. 그런데 이 역시도 소나기에서 똑같은 의도로 사용한 장치였던 것이다. 이 말은 오로지 전쟁에 초점이 맞춰지다보니 러브라인은 들러리가 되버린 것이다.
이 외에도 이곳 저곳에서 빌려온 것들이 너무 많아 그림이 완전 걸레라고 표현해야 될 것 같다.


말이 안되는 인물 설정


극중에 김하늘의 오빠 김수혁은 남로당 당원으로 묘사된다. 그런데 김수혁이 남로당 당원이라는 설정은 말이 안된다.
과거 공산당의 편에 섰던 지식층들은 계급사회 타파와 평등한 사회를 외치던 사람들이었는데 넘버원에 나오는 김수혁은 그런 부류와 관계가 없는 인물이다. 1회 내용에서 그의 행동이 어떠했나 어린 소지섭이 자신의 여동생을 좋아한다는 마음을 밝히자 머슴의 자식이라고 욕을하며 낫으로 손등을 찍어 버린 인물이 아닌가 뿐만 아니라 개울을 건널 때 물 속에 엎드려있는 어린 소지섭을 눈하나 깜짝안하고 밟고 갔던 인물이다. 어린 김하늘은 상당히 힘겨워 하며 건넜 던 것에 비하면 인격적으로 성숙하지 못한 인물임을 강조한 것이었다.
계급사회의 최상위층에서 부루주아로서 온갖 혜택 속에 거만과 차별을 일삼은 인물이 훗날에 남로당이 된다는 것은 너무 작위적이라 보여진다.
제작진도 갑작스런 인물 변화에 고심했는지 소지섭 아빠에게 뜬금없이 이제 머슴이 아니라니까요 라는 멘트를 날려버린다. 이것으로 나 변했어요~ 하고 모든 것을 설명하려는 듯 참 우스꽝 스러운 지경이다. 처음에 왜 저런 불필요한 장면이 나오나라고 생각했는데 나중에 남로당이라는 사실을 알고는 참 끼워 맞추느라 고생했다는 생각이 다 들었다.

이 외에도 한국 드라마에서 가장 많이 쓰이는 우연을 가장한 필연으로 삼각관계를 만든 것도 이 드라마가 실패 할 수밖에 없는 또 하나의 이유가 되기도 한다.


급조된 듯한 전투씬


오프닝에 빨치산 토벌대의 장면이 나오는데 과거 주몽에서 몇만 대군의 대결을 그리면서 10여명으로 연출했던 것처럼 이번에도 손가락으로 몇명인지 셀수 있을 정도로 스케일이 홍어 거시기 만했다. 이런 상황에 폭격을 요청하는 것을 보니 도대체 뭘 하자는 것인지 모르겠다.


위 장면은 1회 마지막 장면이다. 무려 20초에 걸처 어떠한 움직임도 없이 저렇게 인물들 표정만을 주시하고 있다. 마치 뭔가 커다란 재앙이 곧 닥처 올 것 같은 불안함을 조성하기 위해 저런 구성을 했는지 모르겠지만 미안하게도 이 장면 이전에 탱크가 나올 줄 알고있었다. 그 이유는 BOB나 퍼시픽 같은 미드 대작들을 봐 온 사람들은 알 수있다. 극의 흐름상 너무 뻔해서 극적 긴장감도 없는 저 장면을 왜 20초씩이나 할애를 할까하고 생각하다가 아~ 하고 머리에 떠오르는 것은 바로 보여줄 탱크가 없구나라는 것이었다.

사실 6.25 당시 북한이 포크레인 끌고 오는 속도로 남침한 것이 아니다 그런데 저렇게 오랜 시간 탱크의 존재를 숨기고 있는 것은 비쥬얼 적으로 핸디캡이 있기 때문이다.


저 탱크를 보라. 처음에 국군 홍보 영상에서 캡쳐 한 것을 쓴 줄 알았다. 그 뒤에 어설픈 그래픽으로 무장한 탱크의 모습이 짧게 짧게 나오는데 그 이유는 단 하나 퀄리티가 너무 떨어지기 때문에 장시간 보여 줄수가 없기 때문이다. 탱크 노출이 길 수록 오히려 질 낮은 퀄리티로 인해 몰입도를 떨어뜨리는 부작용만 발생할 뿐이다. 사실 탱크같은 화력이 없던 남한 입장에서는 저 당시 무시무시 했겠지만 현대의 사람들이 그 무서움을 느끼기에는 너무 미흡했다고 본다. 비쥬얼이 딸리면 빠른 화면 구성으로 전장의 어지러움을 묘사했다면 좋았을 텐데 딴에는 핸드핼드 카메라를 잡고 열심히 흔들긴 흔드는데 왜 흔드는지도 모르고 찍어대니 정신만 산만해지고 전쟁 드라마의 묘미는 전혀 살리지 못한 최악의 전투씬으로 평가하고 싶다.


결론

아직 첫회다. 갈길이 멀다. 하지만 너무 성의가 없다. 100% 사전제작이 활성화 되는건 대환영이지만 이런 졸작들로 인해 사전제작이 위축될까 걱정이다. 그리고 BOB나 퍼시픽등과 비교를 했는데 당연히 넘버원은 제작비로보나 제작노하우로보나 모든게 밀릴 수밖에 없다. 할일없어 대작과 비교해서 폄하하는 것도 아니다.
과거에는 영웅을 내세우고 과장된 액션으로 적들을 때려잡는게 주류였지만 라이언일병구하기 이후 부터는 전쟁영화의 관점이 달라졌다. 영웅주의가 아닌 인류애를 우선하게 됐고 자국의 위용을 자랑하는게 아니라 전쟁의 참혹함을 리얼하게 혹은 좀더 과장된 리얼함으로 전쟁은 지구상에 존재해서는 안된다는 메세지를 전하는 것으로 바뀌었다. 그와 함께 참전 병사들의 생생한 증언과 고증을 거처 되도록 전쟁에 대해 피해자와 가해자의 시선이 아니라 객관적인 시각으로 보려고 노력하는 추세이다. 그런데 KBS의 전우나 MBC의 로드넘버원은 아직 구시대적 전쟁 개념에 머물고 있다는게 너무 아쉽고 전쟁이 소재라고 해서 반드시 물량 공세를 펴야하는 것도 아니라는 것을 알았으면 좋겠다.

극우들의 손에 의해 만들어진 선전 드라마 로드넘버원
더이상 참전 용사들을 욕되게 하지 말길 바란다.


추가...

1회만보고 너무 깠더니 흡족해하고 있는 시청자들이 좀 불편한 듯하다. 그래서 도움을 주고자 좀 오래된 자료이긴 하지만 첨부해 본다. 넘버원은 제작 완료되어 별 도움 안되겠지만 전우라도 참고해라. 그 제작비 나를 좀 주지 그랬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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