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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각

에픽하이 타블로에 대한 증오의 이유

by 슈슈뱀 2010. 6. 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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타블로가 에픽하이라는 그룹을 만들어 활동한지도 수년이 지났고 그에 대한 정보는 농으로 다리에 난 털 갯수까지 알고있다고 할 정도로 많은 관심과 그와 관련된 기사가 연일 나오고 있다. 하지만 현재까지도 그를 괴롭히는 일이 있으니 바로 학력 위조 의혹이다.

학벌 사회


일제 강점기와 내전으로 국가가 황폐해 질 때로 황폐해져 재건이 시급했을 정부에서는 모든 것이 부족한 사회에서 유능한 인재들이 필요로 했을 것이고 그 인재들을 구별하는 것은 오직 학벌 뿐이었을 것이다. 당시에는 당연한 선택이었을지 모르지만 시대가 변하면서 그에 따른 부작용은 엄청났다.
어떤 식의 부작용인지는 일일이 말 안해도 많은 사람들은 알 것이다. 하지만 이런 구조가 얼마나 허황되고 어이없는지 학벌에 대한 재미있는 일화 하나를 소개하겠다.

몇해 전 일이다. 한창 무단횡단 같은 경범죄 단속이 강화되던 때인데 어느 날 한 학생이 무단 횡단을 하다가 경찰에게 걸렸다. 경찰과 학생은 이런저런 얘기를 나누다 너 어느 학교냐?하고 경찰이 물으니 무슨 고등학교 다닌다고 말했다. 그 학생은 지역내 명문고 학생이었다. 경찰은 더이상 추가적인 질문없이 공부 열심히 해야지 다음부터 조심해하고 학생을 돌려보냈다. 뭐 학생이니 범칙금을 안물렸을 수도 있지만 그 뒤에 그 경찰의 행동이 재미있었다. 얼마 안있어 다른 학생이 무단횡단을 했는데 또 다시 그 경찰이 학생을 잡았고 어느 학교냐고 물어봤다. 그런데 그 학생은 명문고 학생이 아니라 지역내 일명 꼴통학교 학생이었다. 학생이 무슨 학교라고 말하자 경찰은 그 학생에게 공부를 못하면 법이라도 잘 지켜야지 하며 범칙금 스티커를 끊었다. 일이 있어 근처에 있다가 우연히 보게 된 장면이지만 단순히 학벌 하나만으로 이 사회에서 얼마나 많은 차별이 발생하는지 보여주는 한 사례라고 생각된다.


능력보다 학력

과거에는 연예인을 딴따라나 광대라 칭하며 천민 취급을 했다. 하지만 시대가 바뀌니 엄연한 직업으로 인정 받게 되었고 선망의 대상으로까지 변했다. 그러나 여전히 일각에서는 연예인은 무식하고 천한 사람들만이 한다는 드러나지 않는 편견의 시선이 존재한다. 그러다 보니 이런 사회의 시선을 의식해서인지 어느 순간부터 연예인을 홍보하는데 그 사람의 재능이 아닌 학력을 전면에 내세우는 지경에 이른다. 이게 얼마나 효과적인지 아무리 연기가 뛰어나거나 노래를 잘 불러도 학력 공개 한번으로 그 사람에 대한 대우 자체가 달라진다.


예로 가수 조영남 같은 경우 공부에 있어서는 흔히 말하는 꼴통이었다. 하지만 타고난 목소리 때문에 그는 서울대 음대에 들어가게 된다. 하지만 그를 처음 본 사람들은 그를 바라보는 시각이 편견으로 가득하다. 못생긴 얼굴에 대한 반감을 가지다가 그의 노래를 듣고 호감을 가지지만 웬지 무식해 보이는 외모에 큰 관심을 가지지 않는다. 하지만 서울대 음대라는 학력을 알게되면 급호감으로 바뀌고 무식해 보이는 외모에서 주절주절 어떤 말을 하더라도 신뢰가 가고 저 사람 되게 똑똑한 사람이다라고 평가해버린다. 그의 노래 실력 또한 능력 이상으로 평가되버린다. 외모에서 오는 핸디캡이 학력으로 커버되는 대표적 사례라 할 수 있다.


허위 학력 파문


학벌 사회가 심화 될 수록 다양성은 부족해지고 모든 인간의 판단 기준은 학벌이었다. 아무리 재능이 있어도 가방끈이 짧으면 명함하나 가지기 힘든 사회다. 그러다보니 사람들은 자의 반, 타의 반으로 학력을 부풀리거나 자신을 과장하는 현상이 생겼다.
이렇게 사회 구석구석 학벌제일주의로 인한 부작용이 심화되던 시점에 한국 사회에 큰 사건이 발생한다. 이른바 유명인사들의 학력 위조 사건 말이다.

처음 시발점이 된 것은 광주비엔날레 예술감독으로 신정아가 선정되면서 부터다. 시기한 세력이 있었던 것인지 역량에 비해 너무 과분한 직책을 맡게되어 의혹이 생긴 것인지 알 수 없지만 누군가, 그가 학력을 위조했다는 사실을 알렸고 수사 결과 사실로 드러났다. 그런데 이 문제가 신정아 한 사람으로 끝났으면 다행이지만 점차 다양한 분야로 확대되어 연예계까지 그 범위가 넓어졌다. 그 결과 여러 연예인이 고백하고 싶었지만 기회가 없었다는 변명으로 양심선언을 하기 시작했다.
드디어 한국 사회에 묻지마식 학벌 우대가 낳은 부작용이 만천하에 드러나는 사건이었던 것이다.

연예계의 끝나지 않은 학벌 마케팅

허위 학력 파문이 한차례 휩쓸고 지나갔지만 여전히 연예계에서는 학력을 이용한 마케팅이 적극 활용되고 있다. 이 사람이 원래 능력이 대단하지만 이런 학교에서 인정 받을 만큼 재능이 뛰어나다는 의미로 생각 할 수도있지만 그 행태를 곱게만 볼 수 없다.


싸이 같은 경우 데뷔 때 외모는 조영남 급 폭탄이었고 무대 매너도 그 당시에 파격적이라고 좋게 표현하지만 엽기 그 자체였다. 노래 가사도 저급한데다 음악성도 물음표 투성이인 말 그대로 듣보잡이었다. 하지만 그의 이미지를 한번에 뒤엎는 계기가 된 것은 버클리 음대라는 타이틀을 내세우면서 부터다. 사실 싸이가 다닌 곳은 드림시어터 같은 유명 그룹이 배출되어 일부에서 조금 알려져 있을 뿐이다. 그리고 흔히 국내에서 명문대라고 알려져있는 캘리포니아 UC버클리(Berkeley)가 아니라 보스턴 버클리(Berklee)다. 물론 싸이가 버클리음대라고 말했고 대중이 UC버클리와 착각을 한 일이지만 결과적으로 교묘하게 발음이 비슷한 것을 이용해 마치 명문대를 나온 것 처럼 홍보되었고 많은 사람들은 그가 똑똑한 사람이라고 생각을 했다. 심지어 한국에서 가장 똑똑할 것 같은 연예인 1위에 뽑히기도 했다. 이 사실을 알고있는 사람들은 그 발표를 들은 싸이의 의미심장한 미소를 봤다면 혀를 찼을 것이다. 싸이는 한참의 시간이 흐른 뒤 어느 방송에서 학력과 관련된 질문에 굳이 밝혀서 좋은게 없는 것은 말하지 않는 편이다라고 말할 정도로 그가 버클리라는 이름으로 얼마나 덕을 봤는지 알 수 있는 발언이다.
붉은 표시 부분은 많은 분들이 싸이와 버클리에 대한 설명 부분을 지적해 주셔서 수정 하였습니다.


싸이 외에도 유진박도 학력으로 덕을 봤다. 줄리어드 음대를 나온 것, 그의 재능이 뛰어나다는 것 이 모든 건 사실이다. 하지만 국내에 진출하면서 한국의 언론의 행태는 그의 실력이나 입상 경력을 알리는게 아니라 학력을 알리기 바뻤고 줄리어드 음대가 어디야? 라고 물음표 던지는 국민에게 홍보의 효과를 극대화 하기 위해 전액 장학생이라는 타이틀을 첨가했다. 그 결과 줄리어드는 모르겠고 그가 무슨 음악 하는지 모르겠지만 전액 장학생이니 대단히 머리가 좋은가보다 또는 막연히 실력이 대단한가 보다하는 것 뿐이었다. 아마 국내 어느 연주가가 유진박과 같은 장르의 음악을 했다면 지금쯤 깡통을 찼을지도 모른다.

이 외에도 발연기 논란 속에서도 서울대라는 타이틀로 꾸준히 활동 중인 김태희를 비롯해 여전히 어디 출신, 어디 유학 따위의 수식어를 계속 남발 하고 있는 상황이다. 이 말은 여전히 학벌 마케팅은 큰 힘을 발휘 하고 그들에게 뿌리칠 수없는 유혹이 된다는 것이다.


전문가는 없고 아마추어만 판치는 세상

이런 학벌 문제가 계속 되는 것은 한국사회가 탈 학벌화와 개인의 능력이 중시되는 사회로 발전해 가지만 여전히 학벌 외에는 그 사람을 판단 할 수있는 마땅한 기준이 없기 때문이다. 특히 연예인은 배우가 되든 가수가 되든 무대에 서거나 음반을 내지 않는 이상 대중에게 알릴 수 없다. 또한 기회가 오더라도 몇번의 무대로 대중들의 관심을 끌기에는 역부족이다.
이런 문제는 개인의 역량 문제기도 하지만 대중들이 옥석을 가릴 능력이 안되기 때문이다.
현재 연예계는 과거에 비해 다양한 장르와 개성있는 인물들 그리고 세계의 트렌드를 발 빠르게 흡수하는 능동적인 모습으로 바꼈다. 하지만 이런 발전과는 별개로 그 깊이는 후퇴했다.

과거에는 다양한 잡지가 상당히 많았다. 신문처럼 같은 분야라도 바라보는 시각이 달랐고 전문가들이 기고하는 글들은 독자들에게 깊이있는 지식을 전해 주고 지금처럼 겉모습에 치중한게 아니라 음악적 역량에 대해 비중있게 다뤘다. 하지만 지금은 음악이면 음악, 영화면 영화 과거처럼 논조가 다양하지도 않고 발행되는 잡지 수도 많이 줄었다. 그 내용도 고작 홍보성 기사에 그치는 경우가 많다. 물론 잡지와 전문가들의 글만이 진리라는 뜻은 아니다. 오히려 인터넷을 통해 전문가와 아마추어가 제공하는 다양한 정보를 시간에 구애받지 않고 쉽게 접할 수있는 장점도 있고 잘못된 정보에 대해 바로바로 확인 할 수있고 검증 할 수있는 것은 매우 뛰어난 부분이고 인정할 만하다.

하지만 내가 잡지 보다 못하다고 생각하는 부분은 인터넷은 너무 소비성이며 가십적이며 전문성도 떨어진다. 하나의 잘못 된 정보는 수십년을 웹을 떠돌며 진실처럼 여겨지고 소위 전문가라 지칭하는 사람들은 그들의 신분을 전혀 알 수가없다. 즉.아마추어가 전문가 행세를 하거나 잘 모르면서 어려운 용어 써가며 전문가 인척 하는 사람들이 많아 졌다는 것이다. 그러다보니 대중들에게 제대로되고 어느 분야에서 중점을 둬야 될 그런 부분을 제대로 집어 낼 조언자들이 사라진 것이다. 그 결과 유진박이 아무리 뛰어난 연주자라 하더라도 방송에서 한 연주가 음이 틀려도 콕 집어 내는 사람이없고, 그의 음악은 어떤게 있는지는 모르지만 명문대 나온 천재 연주자라고 하니 뭐가 잘하는지도 모른채 와~하고 환호 할 뿐인 것이다. 그리고 그런 흐려진 대중들의 사고를 이용해 소속사와 언론들은 외국 어느 가수와 공동 작업, 빌보드 몇위 진입, 가요프로의 의미없는 1위 발표등 성과에 대한 진지한 고민없이 스타라고 추켜 세우기 바쁘고 거기에 대중들은 덩달아 꼭두각시 처럼 춤 출 뿐이다.
이런 식으로 대중의 무관심과 전문가의 역할이 사라지니 문화 전반적으로 깊이가 사라지고 업적과 상관없이 오늘의 스타가 내일은 퇴물 취급받는 문화 후진국으로 변화하는 것이다.


타블로



에픽하이의 음악은 개인적으로 좋아하지 않는다. 음악성이나 그런걸 떠나서 취향이 아니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 역시도 지금 꾸준히 학력 위조 의혹에 시달리는 것은 그 역시 대중에게 음악성이나 자신의 능력으로 평가 받은게 아니라 명문대 조기졸업한 천재라는 수식어로 대중에게 어필 했기 때문이다. 첫 단추가 잘못 끼워지면 마지막엔 되돌릴 방법이 없다. 되돌릴려면 다시 풀고 다시 끼우는 수 밖엔 없다. 지금의 상황은 타블로 스스로 만든 함정에 빠지고 만 것이다. 학력을 내세워 이름은 제대로 알렸지만 그의 음악은 제대로 평가받지 못했다. 가요프로에 1위를 했지만 1위의 권위가 바닦을 친지 오래이고 에픽하이 스스로 음악에 공 들였다 하지만 여느 가수의 곡처럼 식상한 멜로디 뿐이다. 대중들은 엔지니어가 아니라 말 그대로 대중이다. 그들이 억대 장비를 들여 혹은 음악적으로 뛰어난 구성을 했더라도 대중은 그 속내까지 알 수 없고 이해도 못한다. 그래서 대중들은 가수로서 역량을 언론에서 떠드는 것 만큼 느낄 수 없기 때문에 너무 과장됐다고 여겨지는 것이고 홍보성 기사 외에는 음악적으로 검증 받아본 적 없는 그이기에 대중들이 쉽게 검증할 수 있는 학력을 거들먹 거리는 것이다. 이 얼마나 슬픈 현실인가 예술가가 작품으로 인정 받거나 검증 받는게 아니라 외적인 것으로 평가 받아야 하는 것 말이다. 이 숙제는 타블로 스스로 해결해야 될 것이다. 첫 맛은 달콤했지만 목으로 넘어가는 것은 독이었다는 걸 지금쯤 깨닫지 않았을까?

마치며...

이제는 MP3로 모든 음악을 듣고 AVI 동영상 파일로 영화를 본다. 하지만 이 포멧들은 원본을 심각하게 훼손한결과 물이다. 음악을 들어도 100%가 아니며 눈으로 봐도 100%가 아니다. 편한 것과 정당한 대가를 지불하기를 거부하고 요령만 피우는 대중들의 게으름으로 음질이 어떠니, 음악성이 어떠니, 화질이 어떠니, 영화 내용이 어떠니 백날 떠들어 봐야 스스로 눈과 귀를 저질로 만드는 상황에 아무런 의미가 없다. 어떤 결과물에 좋고 나쁨을 따지기 전에 대중 스스로 그럴 능력을 갖춰야 한다. 그렇지 않다면 앞으로도 계속 학력을 내세운 질 낮은 상품이 판을 칠 것이다.

편견은 무서운 것이다. 그리고 사람인 이상 편견은 가질 수있다. 하지만 그 편견을 이용해 이득을 취하는 사람은 언젠가 브메랑이 되어 자신의 목을 치게 될 것이다.


글 내용 중 에픽하이 음악이 검증받지 못했다는 표현이 팬 분들께 약간 거슬리는 말이었나봅니다.
하지만 이 표현은 어디서도 에픽하이에 대한 음악적 분석이나 평가는 찾아 볼 수없다라는 의미가 아니라 현재 일고있는 학력위조의혹처럼 대중들이 접한 정보는 음악 외적인 부분이 많았다는 것입니다. 그리고 글 내용에도 언급했지만 매체와 전문가가 제 역할을 못하는 상황에서 비단 에픽하이가 아니더라도 작품 외적인 부분만을 평가받게 되면 해당 아티스트는 점점 수명이 짧아지게 됩니다. 이런 현상은 대중에게도 피해이고 문화 전반적으로 질하락으로 이어지는 문제입니다. 제목과 내용에 에픽하이가 언급되지만 주장하려는 내용이 에픽하이에 대한 평가가 아니라는 것을 알아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팬이라고 모든 기사를 읽는건 아닌가 봅니다.
제목에 증오라는 단어에 대해 말씀 많이 해주시는데 댓글에서도 설명했지만 타블로 6월 4일자 인터뷰 기사를 보고 주제를 선택했고 인터뷰 기사 중에 타블로가 발언한 내용 중 '증오'라고 표현하는 부분이 있어 사용한 것입니다. 타블로가 증오라고 생각한다면 그 증오의 이유는 무엇인가 하는게 이 글의 주제입니다. 인터뷰 기사는 이곳에서 확인 하시기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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